겨우살이 채비
작가
송민주
시놉시스
폭우가 예고된 이른 아침, 소정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터미널에 도착한다. 하지만 모든 버스 운행이 중단된 상황. 발이 묶인 대합실에서 그는 낯선 한 남자와 마주친다. 좋지 못한 첫인상과 달리, 대합실을 익숙히 누비는 그의 태도와 말투는 소정의 굳은 표정에 작은 균열을 만든다. 쏟아지는 폭우 속, 대합실 위로 나무가 쓰러지고 혼란 속에서 소정과 남자는 함께 나무를 세우기 위해 분투한다. 나무가 마침내 다시 세워지는 순간, 멈춰 있던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폭우가 그치고 버스 운행이 재개되지만, 소정은 버스를 타지 않는다.
기획의도
낯선 이가 건네는 한마디가 우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겨우살이 채비>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 살아가지만,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무뎌지고 고립되어 간다. 효율과 속도를 앞세운 세상 속에서 사랑받아야 할 이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삶은 서서히 건조해진다. <겨우살이 채비> 속 두 인물은 그런 시대의 한가운데서 우연히 함께 짧은 여정을 겪으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서로의 온도를 나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미세하지만 궁극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피어난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살피는 작은 관심이 비로소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겨우살이 채비>는 삶의 끝에서 다시 공존을 준비하는 우리의 이야기다.